영화 비하인드

더폴:디렉터스 컷(2024) 비하인드 & 해석 (약스포)

speechbubble 2024. 12. 28. 18:01

작품정보119min  | D-Cinema  | color  | 영국  | 2006

감독  타셈 싱(Tarsem Singh)

출연  리 페이스, 카틴카 언타루

 

The Fall (Director’s Cut): 시각적 예술과 서사의 결합

 

타셈 싱 감독의 2006년작 The Fall은 단순한 영화를 넘어, 영화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감독은 17년에 걸쳐 구상하고 전 세계 28개국에서 촬영하며 이 작품을 완성했다. 특히 디지털 복원을 통해 선명해진 4K 영상은 영화의 생명력을 다시 불어넣었다.

 

2006년판과 2024년 디렉터스컷의 차이점

2006년 오리지널 판본은 당시의 기술적 한계와 제작 여건으로 인해 감독의 의도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2024년 디렉터스컷은 4K 화질 복원과 추가 장면 삽입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주요 차이점

  1. 영상 복원: 디렉터스컷은 4K 화질로 복원되어 각 촬영지의 디테일과 색감이 더욱 생생해졌다. 나미비아 사막의 주홍빛 모래 언덕과 판공 호수의 고요한 물결이 스크린을 통해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2. 추가 장면:
    • 돌처럼 무표정한 사제(Stony Faced Priest): 라다크의 암벽에서 촬영된 이 장면은 원작에서는 삭제되었으나, 디렉터스컷에서 복원되며 영화의 철학적 메시지를 보강한다.

  •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관계 강화: 추가된 장면들은 두 인물의 정서적 교류를 더욱 풍부하게 보여준다. 특히 알렉산드리아가 로이를 위로하며 건네는 오렌지 장면은 두 사람의 유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영화의 줄거리

1920년대 무성영화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 스턴트맨 로이와 팔이 부러진 소녀 알렉산드리아가 우연히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로이는 자신의 고통을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로 승화해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고, 소녀는 이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탐험한다. 둘의 정서적 교류는 서로의 삶에 깊은 변화를 가져온다.

 

제작진과 배우

 

타셈 싱 감독은 2000년 The Cell로 독창적인 비주얼 연출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그는 이 작품을 “내 인생의 러브레터”라 부르며, 자신의 미학적 비전을 완벽히 담아냈다.

 

 

 

 

 

 

 

리 페이스는 로이 역을 맡아 메소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촬영 기간 동안 휠체어를 사용하며 하반신 마비인 척 연기했고, 스태프와 배우들조차 그의 상태를 실제로 믿게 만들었다. 이후 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호빗 시리즈에서 활약하며 커리어를 이어갔다.

 

 

 

 

 

 

 

카틴카 언타루는 알렉산드리아 역을 맡아 연기 경험이 전무했음에도 자연스러운 반응과 진정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감독은 그녀의 연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본을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연출을 이어갔다.

 

 

 

 

 

주요 등장인물
  • 로이 워커(리 페이스): 스턴트맨으로, 영화 촬영 중 심각한 사고를 당한 후 하반신 마비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는 절망과 자포자기 상태에서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를 만나 자신의 내면에 담긴 고통과 상처를 이야기 속 모험으로 풀어낸다. 그의 이야기는 알렉산드리아를 위로하려는 의도와 동시에 자신의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간절한 시도이다.
  •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 이민자 출신의 소녀로, 병원에서 팔 부상을 치료받으며 로이를 만난다. 그녀는 순수함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인물로, 로이의 이야기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탐험하며 현실 속에서 자신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치유해 나간다. 그녀의 질문과 상상은 이야기를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며, 로이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한다.

 

다섯 무법자

  1. 주술사
    •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로, 무법자들에게 영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그의 장면은 히말라야 판공 호수의 신비로운 풍경에서 촬영되었다.
  2. 푸른 무법자
    • 복수심으로 가득 찬 전사로, 그의 이야기 속 장면은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성당에서 진행된다.
  3. 마폭파범
    • 폭발물 전문가로, 적진을 교란시키며 팀을 돕는다. 그의 에피소드는 라다크의 극적인 풍경 속에서 펼쳐진다.
  4. 이집트 검객
    • 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무술의 대가로, 그의 액션 장면은 인도 아그라 시칸드라에서 촬영되었다.
  5. 다윈과 나비 사냥꾼
    • 찰스 다윈과 그의 동료 월레스를 모델로 한 캐릭터로, 전설적인 나비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이 장면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식물원에서 촬영되었다.

 

 

감독의 연출 의도

The Fall의 시나리오는 단 20페이지에 불과했다. 두 인물 간의 즉흥적 상호작용과 상황이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설계되었기에, 주연 배우의 캐스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타셈 싱 감독은 9년에 걸쳐 세계 각지를 다니며 알렉산드리아 역에 적합한 배우를 찾았다. 여권을 분실해 머물던 루마니아에서 운명적으로 카틴카 언타루를 만나 캐스팅했으며, 그녀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영화 경험이 없는 배우를 원했다.

 

타셈 감독은 12주간의 촬영 기간동안 카틴카를 포함한 제작진에게 로이를 실제 하반신 마비로 믿게 했다. 이를 위해 그는 무명이지만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를 물색했고, 영화 솔저스 걸에서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완벽히 연기한 리 페이스를 캐스팅했다. 페이스는 촬영 내내 휠체어를 사용하며 극에 몰입했고, 카틴카와의 관계를 통해 현실과 연기의 경계를 허물었다.

 

 

 

 

로이의 하반신 마비에 담긴 의도 (자살시도? vs 사고?)

그는 영화 촬영 중 사고로 인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고, 연인에게도 배신당하면서 삶의 의지를 잃은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특히, 로이가 자신이 ‘스턴트를 하다 추락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자살을 시도한 것’인지 모호하게 암시하는 대사는 그의 내면적 갈등과 혼란을 나타낸다. 이는 단순히 스턴트 실패로 인한 사고일 수도 있고, 삶에 대한 의지를 상실한 그가 자살을 시도한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 대사는 영화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와의 교류를 통해 상상력을 다시 되찾고,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그의 자살 암시는 영화 초반부에서 그의 절망 상태를 강조하는 장치일 뿐, 알렉산드리아와의 관계 속에서 점차 치유되는 과정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로이의 대사는 그의 자살 시도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영화의 치유와 희망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배경음악과 촬영지

불가리아 국립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OST는 영화의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베토벤 교향곡 7번은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서사를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는 나미비아 사막, 판공 호수, 조드푸르 블루시티 등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로케이션에서 촬영되었다. 실제 장소의 경이로움과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었다.

 

1. 이탈리아 티볼리 빌라 아드리아나

‘로이’로부터 ‘알렉산더 대왕’ 이야기를 듣고 ‘알렉산드리아’가 처음 상상한 곳. 이탈리아 티볼리에 위치한 빌라 아드리아나는 2세기에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건축 전통에서 가장 훌륭한 요소들을 결합해 ‘이상 도시’를 실현하고자 한 곳으로 공중목욕탕, 무대를 원형 수로가 감싼 바다 극장, 인공 호수, 지하 회랑, 도서관 등 갖췄다. <벤허>로 유명해진 치네치타 스튜디오(Cinecittà)의 조각상을 추가로 설치해 한층 신비로운 공간을 구성했다.

 

 

2.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알렉산더 대왕’이 말도 잃고 부대와 떨어졌다는 반전과 함께 전환되는 배경은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에서 촬영됐다. 주홍빛의 거대한 모래 언덕은 전작 <더 셀>의 오프닝에도 등장했는데, 그 전부터 <더 폴>에 사용하려 염두에 둔 곳이다. 압도적인 스케일로 이후 펼쳐질 <더 폴>의 역대급 영상미를 기대하게 하는 장면이다. 방영을 앞둔 배우 고현정 주연의 드라마 ‘나미브’의 제목도 이 나미브 사막에서 따온 것이다.

 

 

3.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식물원

‘찰스 다윈’과 ‘월레스’가 전설의 나비 ‘아메리카나 엑소티카’를 찾아 헤매는 아름다운 정원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식물원이다. 프랑스 건축가이자 조경 디자이너인 카를로스 타이스가 설계해 1898년에 개장한 이곳은 로마, 프랑스, 동양식 정원으로 나뉘어 있다. 약 5,500종의 식물, 나무, 관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각품, 흉상, 기념물 등 33개의 예술 작품도 전시돼 있다.

 

 

4. 히말라야 판공 호수

판공 호수는 중국과 인도 경계의 히말라야산맥에 위치해 당시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장소였다. 타셈은 해발 4,350m 높이의 이곳에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옮겨 심어 ‘주술사’가 등장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인도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한 영화 <세 얼간이>(2011)의 엔딩에도 판공 호수가 등장하는 등 지금은 발리우드 영화의 명소가 됐다.

 

 

5. 인도 아그라 시칸드라

시칸드라는 무굴 제국 제3대 황제였던 악바르 대제를 추모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무덤이다. 영화에선 ‘푸른 무법자’가 잡혀 있는 오디어스의 성으로 나온다. 생선 장수로 위장해 잠입하려던 작전이 실패해 위기에 처했을 때, ‘주술사’ 혼자 ‘오디어스’의 부하들을 제압하여 모두를 놀라게 한다. 문제는 하필 이 장면을 인도에서 가장 더운 날 촬영해 배우들이 검은 가죽옷을 입고 몇 시간씩 누워있어야 했고 제작진은 그들이 기절할까 봐 진땀을 뺐다고 한다.

 

 

6. 터키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 성당

터키의 명소 중 하나인 아야 소피아 성당이 ‘푸른 무법자’가 처형당한 ‘오디어스’의 성 내부로 등장한다. 건물의 웅장함과 화려함이 비극적 서사에 극적 효과를 더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섯 무법자의 복수 활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7. 인도 라다크 마그네틱 힐

라다크에서 레로 가는 길에 있는 경사도가 0인 언덕, 오르막길이 내리막길로 보이거나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로 보이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도깨비 언덕과 같은 곳이다. <더 폴: 디렉터스 컷>의 티저 포스터에 사용돼 모두의 시선을 강탈한 ‘피의 맹세’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8. 인도 라다크 레 람비르 포르 평원

노란 모래와 붉은색 마차, 푸른 하늘의 강렬한 색 대비. 그것을 전부 담아낸 광활한 프레임을 위해 히말라야의 15,000피트 상공에서 30명의 전문가와 함께 약 4일간에 걸쳐 찍었다. 마차를 끄는 노예 역에는 150명이 동원됐다. 마차를 향해 달려가는 배우들의 고함이 원거리에서 있던 프로덕션 디자이너 게드 클라크에게까지 들렸다고 한다. 역대급으로 힘든 촬영이었지만 리 페이스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파란 하늘은 본 적이 없다고 회상할 만큼 멋진 곳이었다고.

 

 

9. 인도 라다크

‘The stony-faced priest’라는 대사에 맞춰 사제의 얼굴이 암벽과 사막으로 바뀌는 절묘한 곳은 인도 라다크다. 벤치와 무대를 만들어 풍경과 얼굴의 윤곽을 맞췄다. 3일을 체류하며 세팅한 촬영을 막 시작했을 때, 정체불명의 음악이 들려왔고, 놀란 스태프들이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출처를 찾은 끝에 주민들의 결혼식을 발견했다. 촬영 중이니, 음악을 꺼달라 했지만, 그쪽은 결혼 중이니 그럴 수 없다며 버텼다. 결국 축의금을 주고 협조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10. 인도 조드푸르 블루시티

종교적인 이유로 집을 파란색으로 칠하는 것만 되는 지역. 오랜 세월에 색이 바랜 마을을 본 타셈은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파란색 페인트를 제공하고 집을 보수하게 했다. 약 27채가 넘는 집이 새 단장을 했고, 제작진은 온통 푸른 빛의 마법 같은 도시를 스크린에 담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발리 우붓,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이탈리아 콜로세움, 캄피돌리오 광장, 중국 만리장성, 이집트 피라미드,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체코 카를교, 프랑스 에펠탑 등 유명한 장소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정도로 대거 한순간도 놓쳐선 안 된다.

 

 

 

촬영 비하인드

촬영 기간은 4년에 달했다. CGI 없이 전 세계의 자연과 건축물을 활용해 상상의 세계를 구현했으며, 히말라야 고지대와 나미비아 사막처럼 극한의 환경에서도 배우와 스태프의 열정이 돋보였다. 타셈 감독은 모든 장면을 실사로 담아내기 위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최대한 활용했다.